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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세포→장기 순으로 연구… ‘상향식 생물학’ 뜬다

입력 | 2018-11-26 03:00:00

복잡한 생명현상 찾을 새 단서 주목… 생후 25개월 수준 ‘인공 뇌’ 개발 성과




1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미국 연구진이 혈액검사에 쓰는 플라스틱 칩을 이용해 동식물을 구성하는 진핵세포에 가장 근접한 인공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닐 데버라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교수팀이 DNA 분자와 아크릴산염, 지방 등을 칩에 넣어 세포를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이 인공세포에 효소와 리보솜 등을 주입해 녹색형광단백질을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과학계는 이처럼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에서 시작해 세포막이나 리보솜,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소기관과 세포, 조직을 완성해 나가며 생명체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상향식(Bottom Up·보텀업) 생물학’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에는 밝혀내지 못했던 복잡한 생명 현상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세포의 기능과 작동 기전을 연구할 때 기관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세포로, 다시 세포에서 세포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분해해 나가며 관찰하고 연구하는 하향식을 따랐다. 하지만 최근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포를 밑단에서부터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생물학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상향식 접근 방법으로 생물학을 연구하면 세포를 구성하는 화학 분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세포가 군집을 이룰 때 나타나는 현상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세포 분열이나 염색체 접합, 단백질 발현 같은 생명 현상에서 각 구성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나 독성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실험에 써야 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나 생체조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서 2016년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연구진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로 구성된 단세포 인공생명체 ‘JCVI-syn3.0’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등 4종류의 염기를 이용해 만든 인공 DNA 분자를 박테리아에 넣어 유전자 473개, 염기쌍 53만1000개를 가진 인공세포를 만들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회의’에서는 세계 최초로 아기 뇌에서 나오는 뇌파와 유사한 뇌파(EEG)를 생성하는 인공 미니 뇌가 공개되기도 했다. 앨리슨 무오트리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실험실에서 배양시켜 만든 뇌 조직이다. 이 인공 미니 뇌의 뇌파는 인지 기능을 가진 생후 25∼39개월의 아기와 유사한 수준의 규칙적인 패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페트라 슈빌레 독일 막스플랑크생화학연구소 연구원은 “앞으로는 상향식 생물학의 연구 범위가 세포나 조직 단위를 떠나 생명체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며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슈 굿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일각에서는 상향식 생물학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실제 세포 시스템을 완벽하게 모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세포와 기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