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문화부 기자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한 뮤지컬을 관람할 때는 뒷자리 관객들이 공연 내내 ‘생중계’를 쏟아냈다. “지금 저 장면 실수한 것 아니야?” “대사가 너무 빨라” 등 굳이 목소리를 낮추려는 노력도 없었다. 거리낌 없이 수다 떨며 웃어댈 때마다 공연의 감동은 반감됐다.
심지어 한 공연장에서는 양반다리를 한 여성 관객 옆에 앉는 불운도 겪었다. 뭔가 부대껴서 봤더니, 신발까지 벗고 편안히 가부좌를 틀어 무릎이 내 자리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즐겁게 관람을 했지만, 당하는 입장은 사뭇 난감했다.
공연 관람이 즐거운 이유는 그곳이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대가 살아 있고 배우들이 살아 있고 관객들이 살아 있다. 모든 게 생동하는 열기로 가득하며 서로 상호 작용한다. 배우가 관객에게 에너지를 주듯 관객의 에너지도 서로에게 전달된다. 매너를 지키며 함께 작품에 몰입할 때 공연은 몇 배나 더 즐거워진다. 반대의 경우 불쾌한 경험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연말 성수기를 맞이한 공연계는 연극부터 뮤지컬, 무용까지 볼만한 작품들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공연 관람 문화가 성숙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이렇게 아쉬운 경험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큰마음 먹고 나선 연말 공연 관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배려’가 필요한 때다. 성공적인 공연을 만드는 건 객석의 매너에도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