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해고-실업자 노조 허용”]공익위원들만 따로 발표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공익위원들과 함께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ILO 협약 비준 자체가 노조의 권리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합의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단독으로 권고안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협약 비준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영계는 논의 테이블 자체가 노동계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경영계의 요구가 반영될 틈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 노동계의 정치투쟁 강화되나
경영계는 가뜩이나 정치투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노동운동이 한층 더 정치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외부 정치세력이 노조에 쉽게 가입해 노조를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권을 확대하기 위한 ILO 협약 비준이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가속화하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는 셈이다.
권고안에는 또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운동가가 대부분인 노조 전임자들의 권한과 힘을 더욱 강화해 주는 내용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협약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며 “(권고안이) 협약을 과잉 해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경영계 요구는 전혀 반영 안 돼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조건으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 기간 연장(현재는 대부분 1년 단위임)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 등을 요구해 왔다. 노조의 권리만 확장하지 말고 사용자의 대응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노동계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고안을 만든 공익위원 8명 중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상당수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박은정 공익위원(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은 최저임금위에서도 공익위원을 맡아 2년 연속 대폭 인상을 주도했다.
○ ILO 비준과 탄력근로제 확대 맞바꾸나
공익위원 권고안의 발표 시점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그 하루 전날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권고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정부와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로 불거진 노동계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당근’을 노동계에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