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수기관 세운 양승희 명인 “55분 연주에 구구절절 인생 담겨… 산조는 세계가 경탄한 최고 음악 학생들 더 쉽게 배우도록 지원”
최근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에 신설한 ‘가야금산조기념관’ 앞에 선 양승희 가야금 명인(가운데). 양 명인은 “산조의 묘미를 널리 알리고 싶다. 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승희 명인 제공
가야금 명인 양승희 씨(69·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병창 및 가야금산조 보유자)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가야금산조 전문 전수기관을 세웠다.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 ‘정효문화재단’ 건물에 입주한 ‘가야금산조기념관’이다.
최근 열린 개관식 현장에서 만난 양 씨는 “나라의 수도인 서울에 전수관을 열어 학생들이 더욱 쉽게 가야금산조를 배우게끔 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가야금산조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양 씨에게 가야금산조는 평생의 숙명이다. 김죽파 명인은 제2의 어머니와 다름없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 제자가 된 뒤 김 명인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면서 “결혼을 할 때 제 시어머니가 결혼 허락을 김 명인께 받았을 정도”라고 했다. 김 명인은 당시 양 씨의 시모에게 “(양)승희는 산조의 대를 이어가야 할 아이다. 가야금 전수를 계속하게 하면 결혼을 응낙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1989년 김 명인이 타계한 뒤 양 씨는 방황하기도 했다. “대학 강의를 그만두고 다시 소리를 파고들었어요. 가야금뿐 아니라 판소리, 철금, 아쟁, 가야금병창을 두루 16년간 다시 공부했지요.” 아쟁으로는 저음, 철금으로는 맑은 음색, 판소리로는 서사와 정서를 각각 연마해 가야금에 응용했다.
양 씨는 1999년의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득음이랄까요. 김기창 화백(1913∼2001)의 금붕어 그림을 보면서 가야금을 연마하는 데 휘모리장단을 타니 어느 찰나에 금붕어 꼬리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 보였거든요.” 이 사연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평가에도 소개됐다. 양 씨는 “제자와 후손들이 산조를 바탕으로 베토벤처럼 세계적 고전이 되는 음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