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법정기념일 선정위원장 “황토현 전승일이 상징성 가장 커… 근대 전환 분수령 뜻 새겨야”
문화체육관광부가 ‘동학농민혁명 법정 기념일’을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1894년 당시 음력 4월 7일)로 최근 결정하면서 2004년부터 이어진 기념일 제정 논의가 14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 선정위원장을 맡은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70·사진)은 12일 “기념일 후보로 제시된 여러 사건들 모두 의미가 크지만, 황토현 전투는 동학농민군이 관군에 대승을 거둔 중요한 전환점으로 의의와 상징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전북 4개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무장기포일’(4월 25일·고창군)과 ‘백산대회일’(5월 1일·부안군), ‘황토현 전승일’(정읍시), ‘전주화약일’(6월 11일·전주시)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오랫동안 심사해왔다. 안 원장을 포함해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이승우 동학기념재단 이사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이기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장 등 선정위원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황토현 전승일로 의견을 모았다.
안 원장은 “학술적으로는 ‘갑오농민전쟁’ 또는 ‘1894년 농민전쟁’이라는 표현이 옳다”면서도 “농민전쟁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생경하고, 관련 특별법 역시 ‘동학농민혁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역사연구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으로 일하던 1989년부터 동학농민혁명이 100주년을 맞던 1994년까지 5년에 걸쳐 ‘1894년 농민전쟁 기념사업’을 학술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자주적, 독립적 개혁을 추진한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민족이 근대로 전환하는 분수령 같은 사건입니다. 만약 개별 지자체가 이벤트성 기념행사에 치우친다거나 예산 타내기에만 골몰한다면 조상들이 살신성인한 의미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기념일 제정을 계기로 유적지 보존과 후대 교육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