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정식 재판 시작 전부터 무죄 판단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김 부장판사가 당시 재판연구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원 전 원장 재판 관련 문건 6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검찰은 해당 이메일에서 김 부장판사가 국정원 직원들과 원 전 원장 사이에 댓글 조작 범행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실상 원 전 원장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리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김 부장판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재판연구원과 당시 재판부 주심 판사를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주심 판사의 경우 “김 부장판사가 재판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향후 김 부장판사를 소환해 관련 내용을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정식 공판이 열리기도 전부터 이 같은 내용이 검토됐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을 통해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법관 전체 이메일 자료를 합법적 근거 없이 수색 대상으로 했고, 관련성이 없는 자료를 압수해 참관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