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고시원 화재]또 사람 잡은 ‘후진국형 화재’ 스프링클러 지원 대상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동의 안해 신청 철회돼 6개월전 소방조사 통과한 경보기… 생존자들 “화재 당시 안울렸다”
새까맣게 타버린 고시원 3층 복도.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목재로 된 문틀이 숯덩이로 변했다. 5∼10㎡(1.5~3평) 크기가 방 29개가 폭 1m의 좁은 복도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 서울시 “건물주, 스프링클러 설치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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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고시원은 2015년 4월 서울시가 진행하는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서울시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대신 5년간 고시원 임대료를 동결하고 고시원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 사업의 조건이었다. 고시원 운영자는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6월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그런데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신청이 철회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모 업체 대표 A 씨와 동생 B 씨가 공동 건물주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5년여 전부터 B 씨가 건물 운영을 맡고 있어 A 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 하게 할 분들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탈출하려는 사람 몰려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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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조사에서는 ‘이상 무’
국일고시원은 올해 5월 종로소방서에서 소방특별조사를 받았다. 지역 내 다중이용시설 점검 차원이었다. 소방서는 비상벨과 완강기, 화재경보기 등이 작동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고시원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고시원은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올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올 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진단에서는 전통시장, 다중이용시설 등 화재 취약시설의 안전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1983년 지어진 국일고시원 건물은 건축물 대장에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서류상으로는 고시원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홍석호 will@donga.com·서형석·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