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쇼핑대목 영향 유통업계, 대규모 할인행사 열어 줄줄이 신기록 달성
회사원 송모 씨(32)는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을 띄워 놓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평소 갖고 싶었던 에어팟의 특가가 뜨기 때문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리거나 중국 광군제 때 티몰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지만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상품 하자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 특가가 낫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11시 공개된 에어팟 가격은 11만1111원. 판매 시작 불과 2분 만에 500개가 매진됐다.
전통적 비수기로 꼽혔던 11월이 온라인 쇼핑 시즌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매년 11월11일을 기점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 중국 광군제와 11월 말에 열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의식한 국내 업체들이 11월 초부터 연중 최대 규모 할인행사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빅스마일데이를 오픈한 11월 1일 자정을 기점으로 24시간 동안 누적 판매량이 454만 개를 넘었다고 2일 밝혔다. 1분당 3159개씩, 1초당 52개씩 팔린 셈이다. G마켓과 옥션에서 동시에 특가로 나온 '애플 에어팟'은 14억 원치가 팔리면서 완판됐다.
매년 11월 1~11일 ‘십일절 페스티벌’을 열어온 11번가도 올해 신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애플 에어팟이 1분 만에 1000개가 팔렸고 ‘LG공기청정기 퓨리케어’가 4분 만에 100대, ‘맥 디올 나스 립스틱’이 7분 만에 800개, ‘갤럭시노트9’이 13분 만에 100대, ‘신라호텔 숙박권’이 20분 만에 300장이 팔려나간 것이다.
작년 11월 11일 하루 만에 거래액 640억 원을 기록했던 11번가는 올해 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쇼핑 연령층인 20~30대가 아닌 중장년층의 구매율이 높아진 것도 고무적이다. 11번가에 따르면 1일 하루 기준 40~60대 거래액 비중은 작년 37.5%에서 올해 41.7%로 3%포인트 늘어났다.
위메프는 지난 1일 하루 거래액이 480억 원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결제금액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블랙프라이스데이 행사 덕분이다. 이날 총 10만414명의 고객들이 위메프에서 적립권을 내려 받았다. 경쟁업체인 티몬도 지난 1일 ‘타임어택’ 판매를 통해 LG전자 울트라PC(14U380-EU1TK)를 정가에서 78% 할인된 9만9000원, 해피니스 경량 패딩조끼를 62% 할인된 4900원에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판매 시작 30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11월 매출액이 처음으로 10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1월 3조 원 선이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이듬해 11월(6조1212억 원) 처음으로 6조 원대를 넘어섰다. 작년 11월엔 7조5516억 원으로 급증해 월 거래액 7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