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샌즈는 그야말로 넥센 히어로즈의 복덩이다. 샌즈는 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제 투런포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 MVP에 선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샌즈.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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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와 선구안은 자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타자 제리 샌즈(31)가 팀에 처음 합류한 8월 12일 취재진에게 던진 한마디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에 ‘염가 계약’을 한 외국인 선수의 각오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돌했던 그 한마디는 허언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25게임 동안 12홈런(타율 0.314·37타점)을 몰아치며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포스트시즌(PS)에서도 3개의 홈런을 보태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상대 배터리 입장에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방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쉽게 정면 승부를 걸기 어려운 까닭이다.
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의 승부를 가른 것도 샌즈의 한 방이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말 1사 1루에서 SK 선발투수 문승원의 6구째 슬라이더(시속 140㎞)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긴 2점홈런(비거리 115m)을 터트렸다. 팀의 4-2 승리를 이끈 결승타였다. 총알같이 뻗어나간 타구는 넉넉하게 담장을 넘겼다. 가공할 파워를 다시 한번 뽐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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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는 이틀 전(29일) PO 2차전 때 공격적인 슬라이딩으로 SK 김성현과 설전을 벌여 뜻하지 않게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든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맹타를 휘둘렀다. 일방적으로 끝날 뻔했던 PO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니 4차전 데일리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제 양 팀은 2일 인천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코리안 드림’을 이룬 샌즈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될 것인가.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