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1, 2심 뒤집고 첫 배상판결 내려 이인복 안대희 박병대 대법관도 참여 21년간 한일 오가며 8차례 선고… 재상고후 5년 넘게 판결 미뤄져
김능환 前대법관
김능환 전 대법관(67)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직후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그는 대법관으로 재임하던 2012년 5월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9명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문을 직접 쓴 주심이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확정 판결이나 한국 법원 1, 2심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면서 그는 주변에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을 썼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대법관 1부에는 김 전 대법관 외에 이인복 안대희 박병대 전 대법관 등 4명이 있었다.
1, 2심은 일본 최고재판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전 대법관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배상을 명령했고, 일본 기업들은 곧바로 재상고했다.
2013년 8월 재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됐지만 5년 넘게 판결 확정이 미뤄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재판에 관여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은 올해 7월 신일본제철 사건을, 올해 9월 미쓰비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뒤늦게 회부해 심리에 속도를 냈다. 이미 그때는 원고 9명 중 8명이 숨진 뒤였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