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사기란 무엇일까. 전쟁에서 사기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이성적이고 정교한 사고를 중시했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략가 손자도 막상 실전에서는 병사들이 폭포수가 쏟아지듯이 돌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기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손자도 사기가 무엇인지, 사기 증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폭포수가 쏟아지듯이’라고 사기의 결과만을 이야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조지 패튼 장군은 자신의 눈앞에서 적의 총탄이 퍽퍽 박히고 있는데도 돌격 명령이 떨어졌을 때 병사들이 참호를 박차고 나가게 하는 것이 사기라고 말했다. 사기의 실체가 아니라 성능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정의만으로 해답은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손자와 패튼의 정의에 따르면 개혁이 사기를 떨어뜨린 게 아니라 애초에 조직에 사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무력감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요즘 전반적으로 이런 무력감에 젖어 드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애초에 우리 국민에게 사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국민의 사기가 갈 곳을 잃은 것일까?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