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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구속영장 청구…양승태 등 공범 적시

입력 | 2018-10-23 19:54:00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핵심 피의자에 대한 첫 구속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3일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6개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의혹 외 추가 범죄사실 또한 영장에 포함됐다고 한다. 특히 임 전 차장 영장 범죄사실에는 양 전 대법원장 및 고영한·차한성·박병대 등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은 4차례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부하 법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등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며 “구속영장 준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청구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을 지내며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법관 동향 파악 및 재판 거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 전 차장은 다수 의혹의 지시자이자 주체로 언급되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행정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소송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등 재판에도 개입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임 전 차장은 아울러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 부산 법조 비리 사건 은폐 등과 관련해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 유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 대필 등 의혹에도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이밖에도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의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구속된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의 부탁으로 행정처가 수백쪽 분량의 ‘VIP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 모음’ 문건을 만들어 법리검토를 해주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물적 증거를 확보한 바 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당시 검찰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보관하고 있던 임 전 차장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인하는 등 핵심 증거를 입수했다.

검찰은 또 지난 9월에는 임 전 차장이 사무실 직원 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소지자인 해당 직원으로부터 임의제출받아 임 전 차장의 ‘차명폰’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현직 법관 수십명을 조사한 뒤 지난 15일 임 전 차장을 첫 소환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4차례에 걸친 소환 조사 과정에서 사실상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특정 사안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계속해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이 극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차명폰’ 사용 등 증거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한편 앞서 검찰은 재판 기록 문건 등 자료를 무단으로 빼내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유해용(52·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지난 9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장문의 사유를 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며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유를 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임 전 차장은 유 전 연구관 이후 이뤄지는 두 번째 핵심 피의자 구속수사 시도다. 조만간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양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