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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마지막 날, 손님은 칼을 챙겨 돌아왔다…강서 PC방 살인 사건의 전말

입력 | 2018-10-23 16:05:00


'강서 PC방 살인 사건’을 둘러싼 여론의 공분이 식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 설명, 신고 내용 및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종합해 사건 경위를 재구성해봤다.

14일 새벽 3시40분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27)이 서울 강서구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PC방에 들어섰다. 3시간 뒤 김성수도 동생이 있는 PC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4시간 뒤인 오전 7시33분 김성수와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 간 다툼이 시작됐다. 김씨가 동생 옆 자리에서 게임을 하려고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달라’고 요청했는데 자리를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고 게임비를 환불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동생은 7시39분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당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동생은 “아니, 일을 크게 키워. 됐어. 됐어.” 라며 누군가에게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통화를 시작했다. 동생은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다.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를 했더니 일하시는 분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 한번 중재해주시고”라고 말했다.

이어 신씨도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손님이 계속 욕설을 한다.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카운터 앞에서 계속 그러신다”고 했고, 통화 중이던 7시43분께 발산파출소 경찰 2명이 PC방에 도착했다. 이에 신씨는 “잠시만요. 경찰 오셨다. 감사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들은 이들의 다툼을 말리다가 8시 김씨 형제와 PC방에서 나갔다. 경찰은 당시 김성수가 신씨를 향해 ‘죽여버린다’는 식의 협박을 하는 건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 김성수가 “게임비를 못 돌려받아 분이 치밀어 올라 죽였다”는 식으로 경찰에 진술했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그런 진술은 금시초문이며 환불 문제가 살인 동기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특정 발언이나 행동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PC방에서 나온 김성수 형제는 아주 짧은 시간 건물 화장실에 머물렀다. 당시 동생은 ‘형 왜 그래’라며 형을 달래려 했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8시1분 김성수와 경찰이 같이 걷다가 김성수 혼자 집 방향으로, 경찰은 순찰차에 탑승하러 가는 모습이 주변 가게 CCTV에 찍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성수는 경찰에게 “집에 간다”고 말했다.
김성수는 집에서 등산용 칼을 챙겨 다시 PC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PC방 건물에 있던 동생은 도착한 형을 본 뒤 그를 따라 지하 1층으로 향했다. 당시 신씨는 건물 1층에 있는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있었다.

7분 뒤 신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본 김성수는 신씨에게 달려들어 폭행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CCTV를 공개하며 “동생이 형이 칼을 휘두를 동안 피해자를 붙잡았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경찰은 반박했다. 폭행 과정에서 동생이 신씨를 붙들긴 했지만 이는 둘 중 한 명을 우선 상대방에게서 떼어놓고 보려는 의도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이후 김성수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자 동생은 김성수에게로 가 그를 말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칼을 든 형의 손을 붙잡으면 형은 다른 손으로 신씨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상황을 둘러싸고 동생이 없었더라면 체격이 좋았던 신씨가 애초 김씨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신씨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은 키 193cm에 체중 88kg나 되는 건장한 체격에 검도 유단자였다”며 “동생이 없었다면 아무리 칼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하거나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마침 PC방을 나서던 손님 3명이 현장을 목격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8시13분 목격자 A씨의 요청으로 아르바이트생 B씨가 “싸움 났다. 피가 난다. 빨리요”라고 신고했다. B씨는 “아까 왔던데 빨리 와달라”라며 다급하게 말했다.
B씨에 이어 A씨도 곧바로 곁에 있던 친구의 전화로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다. 빨리 오시면 된다”며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한다”고 출동을 재촉했다.

같은 시간 동생은 PC방으로 들어와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 나갔다.

8시15분 김성수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신씨는 오전 11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모델 지망생이기도 한 신씨에게 이날은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신씨 아버지는 “아들이 (사건이 있던 날) 다음날부터 정규직으로 취직이 돼서 가기로 해서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설 기관 등 총 2곳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동생이 범행에 방조나 공모를 했는지가 분석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우울증을 주장해온 김씨는 22일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겨졌다. 김씨는 최장 한 달 동안 치료감호소에 머물며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의료·법조계는 김씨가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