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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도 일본식 거품 붕괴?

입력 | 2018-10-19 03:00:00

[홍춘욱의 부동산 인사이트]




도쿄 시내의 아파트 전경.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지난달 2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일본의 토지 가격이 2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와 함께 일왕이 거주하는 도쿄(東京)의 고쿄(皇居) 사진이 실렸는데 그걸 보고 남몰래 웃었다. 일본 부동산 가격의 반등을 보도하는 기사에 일본 고쿄 사진이 실린 이유는 1990년 일본 부동산 시장이 고점에 달했을 당시 고쿄의 토지가 미국 캘리포니아 땅을 모두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카트리나 크놀 독일 자유베를린대 교수(경제학) 등이 최근 발표한 흥미로운 논문 ‘글로벌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세계 부동산 시장은 ‘일본’과 ‘일본 이외’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1913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세계 12개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100여 년 동안 약 4배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추세가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1913년부터 1990년까지 약 31배 상승한 후 다음 25년간 약 50% 하락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본은 부동산 세계의 ‘갈라파고스’ 같은 존재였다.

왜 일본 부동산 시장은 다른 선진국과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을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됐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중앙은행이 강력한 저금리 정책을 펼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자 합의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이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한 조치를 말한다. 플라자 합의의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1985년 242엔에서 1988년 12월 124엔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 급락이 불러온 충격에 대응해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1985년 5.0%에서 2.5%까지 인하했다. 강력한 저금리 정책 덕분에 ‘엔고 불황’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대신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일본 고쿄가 위치한 지요다구 오테마치의 상업용 건물의 3.3m²당 가격은 8250만 엔(현재 환율 기준 약 8억3000만 원)에 이르렀고, 도쿄 핵심 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1984년 6.9배에서 1988년에는 15.6배로 단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확대되자 일본은행은 1989년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5%였던 금리를 1990년 6.0%까지 인상하니 부동산 시장은 일거에 얼어붙었고 여기에 중동 걸프전 충격까지 가세하면서 경제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본 부동산 시장의 경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과거 일본처럼 거품이 심해서 조만간 가격 하락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당시 일본은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거품을 형성했다. 1986년 이후 실질 아파트 가격이 40% 남짓 상승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이제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