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치료제 ‘피타바스타틴’, 당뇨병 유발 위험 없다”

‘피타바스타틴’ 약물로 만든 고지혈증 치료 약품 ‘리바로’
국내외 환자 추적 조사결과 ‘당뇨병 유발 징후 없음’ 공식 인정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고혈압과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각각 1.6배, 1.9배 상승한 데 비해 고지혈증은 3.2배나 늘어났다. freepick

고지혈증 고혈당 고혈압 등 여러 가지 만성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동시에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한고혈압학회·대한당뇨병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세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2016년 141만 명으로 2006년 34만 명 대비 10년 새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세 가지 질환 중 환자 수로 봤을 때는 고혈압을 앓는 질환자가 가장 많지만 증가 속도로는 고지혈증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2006년부터 10년 사이 고혈압과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각각 1.6배, 1.9배 상승한 데 비해 고지혈증은 3.2배나 늘어났다.

고지혈증 치료에 처방되는 약물은 주로 스타틴 계열이다. 스타틴은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 질환 예방 효과로 고지혈증을 비롯한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질환명)을 겪는 대다수의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이다.

국내외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고용량 스타틴 처방을 권고한다. 저밀도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동양인이 약 8% 포함되어 국내 환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스타틴 용량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스타틴 계열의 약물인 고지혈증 치료제인 ‘피타바스타틴’이 동양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고용량 스타틴이 효과적이라는 ‘REAL-CAD 연구’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일축됐다. 이번 임상은 일본 교토대 심혈관 의학과의 키무라 다케시 교수 연구팀이 2010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 1만3054명을 대상으로 리바로(성분명 피타바스타틴) 1mg과 4mg을 투여해 비교한 결과다.

스타틴은 이상지질혈증에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이슈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모든 스타틴 제제의 제품에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스타틴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당뇨병 발생으로 인해 스타틴을 처방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당뇨병 발병의 위험이 있지만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걸렸다고 해도 병원에서 주의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스타틴 계열의 약물인 ‘리바로’가 당뇨병 유발의 부정적 징후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피타바스타틴의 PMS(시판 후 조사)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했으며 스타틴 계열 약물 중 유일하다. 2016년 3월 영국을 시작으로 그리스, 네덜란드, 대만, 독일,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총 10개국에서 이를 공인하고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처(NADFC)는 피타바스타틴 사용 설명서에 ‘당대사나 당뇨병 발생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는 문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허가 변경을 승인했다.

피타바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J-PREDICT’ 연구를 비롯한 15개의 플라세보 및 다수의 스타틴 연구 결과 분석이 바탕이 됐다. J-PREDICT는 오다와라 마사토 됴쿄대 의대 교수가 2013년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스타틴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2007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다. 그는 기존 약물의 대안으로 피타바스타틴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고용량 스타틴이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당뇨병 발병에 관계가 없음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피타바스타틴의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정명호 전남대학병원 순환기내과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환자 등록사업(KAMIR)은 전국 40여 개 대학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6만 8000여 명의 심근경색 환자가 등록되어 있다. 여기에 등록된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환자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LAMIS Ⅱ’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이 주요 심장 사건 발생률을 낮추고 공복 혈당을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 7월 SCI급 국제학술지인 대한내과학회영문학술지에 게재됐다.

또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환자 2400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도 피타바스타틴이 아토르바스타틴, 로슈바스타틴보다 당뇨병 발생률이 유의적으로 낮다는 것이 입증돼 지난 6월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된 바있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