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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유럽 지지 받는 것이 최선의 성과”

입력 | 2018-10-15 03:00:00

외교안보 싱크탱크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연구위원 앙투안 봉다즈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연구위원이 2016년 북한을 수차례 다녀온 뒤 집필한 책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심장을 조망하다’를 들고 파리 시내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파리정치대에서 강의하고 프랑스 매체에 북한 문제 전문가로 단골 출연하는 한반도 전문가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 최고 이슈는 역시 북핵 문제입니다. 한국과 유럽이 가는 방향은 같은데 타이밍과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의 외교·안보 분야 최고 싱크탱크인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의 앙투안 봉다즈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의 파리 방문 하루 전인 12일(현지 시간)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가 아닌 글로벌 문제라는 점을 한국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인 그는 유럽의회의 한반도 문제 자문도 맡고 있다. 봉다즈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고 있는 문 대통령의 방문에 유럽이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크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북한과 경제협력의 길로 나가겠다는 것을 앞세우기보다 지금은 북한을 향한 유럽의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FRS와 공동으로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짚어봤다. 》
 

동정민 파리 특파원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프랑스 방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마크롱 대통령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북핵 문제다. 다만 두 정상의 포인트가 다르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지지를 받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과 경제적 협력을 하고 싶어 하겠지만 프랑스는 제재 완화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핵 확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란을 포함해 핵을 갖고 있거나 가지려는 국가에 분명한 메시지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만 이 문제를 맡겨둘 순 없다. 또 프랑스는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개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환경 분야 협력도 프랑스의 주요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대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수 있을까.

“교황의 의지보다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 1991년 북한이 교황을 초대하려 했지만 종교적 분위기가 너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불발된 적이 있다. ‘북한은 평화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황의 방문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면 교황의 역할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남북 대화가 잘되고 있어 교황의 역할이 많지 않다. 종교적 자유와 인권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교황에게는 부담이 큰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연합(EU)과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제재를 가장 엄격하게 이행하고 있다.

“EU 대북 정책의 핵심은 대화(dialogue), 관여(engagement), 그리고 제재(sanction)다. EU 28개 회원국은 이 세 가지 원칙에 전혀 이견이 없다. 지난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EU는 늘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유럽의회도 지금 방북을 추진 중이며 북한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후 첫 방북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제재 프레임 역시 확고한 원칙이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유럽의 시각은 어떠한가.

“‘신중한 낙관주의(careful optimism)’가 정확한 용어일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한반도에 대화 무드가 형성됐고, 북핵 실험이 사라졌다는 점은 낙관주의적 측면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합의를 지키지 않아 왔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믿지 않는다.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유럽이 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계획은 없나.

“제재는 EU가 독자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유엔 결의에 따른 것이다. 유엔과 EU가 정한 대북 해법은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다. 지금 북한이 해야 하는 건 신뢰를 쌓는 것이다. 신뢰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진다. 그래서 오래 걸린다. 지금 유럽은 북한에 핵시설 전체 리스트를 다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공개적 검증을 통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하면서 하나하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조언을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지만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선 유럽은 ‘아직’이라는 생각이다. 북한은 여전히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유엔 결의는 유효하다. 문 대통령은 제재 완화에 집착하지 말고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이니셔티브를 가지는 데 대한 지지를 받고 유럽의 관여 수준을 높이는 것을 추진하는 게 낫다. 북한에 대한 건강 교육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터뷰=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