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관계부처 합동보고서는 “한국이 미국 외교정책과 군사전략의 핵심 요소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를 발표한 뒤 중국은 한국 정부를 겨냥해 침략적인 경제전쟁 작전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무역 지배력을 이용해 미국의 동맹국을 괴롭힌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꼽은 것이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작년 3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제조업부터 유통 관광업까지 전 분야에서 타격을 받았다. 불매운동을 부추긴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만 1조20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던 롯데마트도 결국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417만 명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년 말 방중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고 중국인 관광객도 다시 늘어나는 등 사드 보복은 표면상으로는 누그러졌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한국 등 해외기업을 부품 공급에서 배제하는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을 구축하고 있다. 사드 보복은 ‘바꿀 때까지 괴롭힌다’는 중국의 대응 원칙이 바뀌지 않는 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프로젝트로 유라시아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미국의 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동맹국들과의 교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이 보고서의 비판은 미중 격돌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중 충돌로 무역이 위축되면 직격탄을 맞아 가장 피해가 클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이 중국의 무역 지배력을 자국 산업에 대한 위협 차원을 넘어 안보 리스크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심각하게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