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양예원(24)씨가 10일 열린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 재판 두 번째 기일에서 “당시 피고인에게 당한 성추행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또렷이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에 양씨에게 고소당한 모집책 최모(44·구속)씨 측은 ‘양씨가 촬영 횟수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 당시 기억이 불명확한데다가 추행이 있었다는 날 이후에도 양씨가 스튜디오 측에 계속해서 직접 촬영을 요청했다’는 논리로 맞섰다.
양씨는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 4단독 이진용 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에 대한 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동의촬영물 유포 혐의 2회 공판기일에 참석, 증인 신문에 임했다. 이날 피해자 증인 신문은 양씨 측 요청으로 공개 진행됐다.
지난달 열린 1회 공판 기일에서 최씨는 양씨의 노출 사진을 유포한 것에 대해서는 자백했다. 다만 또 다른 혐의인 성추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공판은 최씨가 양씨를 강제 추행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최씨는 앞선 조사에서 “양씨의 팬티 끈을 옮겼을 뿐 신체에 손에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양씨가 당시 입고 있던 속옷의 형태로 미루어볼 때 신체를 터치하지 않고 팬티 끈을 옮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최씨 변호인은 “성추행을 당했다면 왜 그날 이후에도 스튜디오 실장 정모(사망)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촬영을 요청했느냐”고 맞섰다. 이에 양씨는 “앞서 촬영한 노출 사진이 유출될까 두려웠으며,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등 금전적으로 다급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핵심은 진술 신빙성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거가 양씨의 진술인 만큼 재판은 양씨의 진술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양씨로부터 추행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쏟았고, 반면 최씨 측은 성추행 후 양씨의 행동이 그러한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양씨가 첫 경찰 조사 때 5회 촬영했다고 말했지만 실제 촬영이 16회였다는 점, 추행당한 이후에 양씨가 스튜디오 실장에게 직접 연락해 촬영 날짜를 잡아달라고 했다는 점, 양씨가 실장과의 카톡 메시지 중 ‘촬영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등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양씨 진술을 탄핵하려 했다.
이에 양씨는 “촬영을 집중적으로 요청했던 때가 8월 말과 9월 초, 그리고 다음 해 2월”이라며 “이때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알바를 했지만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해 당장에 어쩔 수 없이 일당으로 돈을 받는 촬영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촬영된 사진들이 인터넷상에 유출되는 게 무서워 실장에게도 최대한 친절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씨에 대한 증인 신문은 약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양씨가 신문받을 때는 최씨가 양씨 얼굴을 볼 수 없게 차폐막이 설치됐다. 양씨는 신문을 마친 뒤 “대단하게 살기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평범한 20대 여성으로 살고 싶을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22살, 23살의 어린 내가 안쓰럽다”며 “지금도 겨우 25살인 나는 전 국민에게 살인자, 꽃뱀, 창녀로 불리고 있다”고 했다. 또 “매일 매일, 하루 하루 어떻게 살지, 또 어떻게 죽을지 고민한다”며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 그것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