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 빠진 듯…통전 라인 김성혜 포착 김영철 ‘핵라인’-리용호 ‘제재라인’ 대응 분석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싱가포르 합의를 계속 진전해 갈 것이다”라고 썼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8.10.7/뉴스1
북한과 미국이 7일 평양에서 진행한 ‘당일치기 담판’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회담 테이블에 앉은 양측 협상단 구성의 차이다.
미국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성 김 주필리핀 대사,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앤드류 김 CIA 코리아 미션 센터장,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이 평양으로 향했다.
이 같은 협상단 구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미 행정부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반면 북측의 인사는 당초 예상됐던 외무성 내 북핵 라인이 대거 빠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카운터파트’로 지칭했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이날 포착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당초 이번 당일치기 협상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의 북핵, 대미 라인의 핵심 실무자인 최선희 부상은 아예 공식적으로 평양을 비웠다.
최 부상은 지난 4일 일찌감치 평양을 떠나 중국, 러시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 부상은 북중·북러 양자 회담에 이어 북중러 3자 회담까지 일정을 소화한 뒤 9일에야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등 올들어 북미 회담 국면에서 모습이 포착되며 주목을 끌었다. 이어 이날 협상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통전부 내 미국통의 역할로 입지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북미 협상에서의 통전부 인사의 전면 등장은 북미 협상의 북측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동시에 지난 2015년 김양건 전 통전부장의 사망 전까지 ‘대남 사업’이 주역할로 여겨졌던 통전부의 역할 변경론에도 힘을 실어 주는 부분이다.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올 들어 진행된 북미 협상에서 예상 밖으로 군부 출신의 김 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전통적 외교 라인은 뒤에서 ‘전면적 지원’을 하며 협상에 임하는 모양새다.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부상 등 외교 라인의 핵심인사들이 지난 유엔 총회 전까지 전면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만 이 같은 행보 자체로 북한의 외교 라인이 ‘2선’으로 밀렸다는 분석은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의 세부 사항에 있어 실질적 전략은 외교 라인의 두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이원 대응하는 방식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리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간동안 여러 차례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강조한 것이 이 같은 방식이 표면화된 계기라는 해석이다.
비핵화 협상의 최대 분기점으로 꼽힌 이날 당일치기 협상에 최 부상이 굳이 자리를 비운 것 역시 대북 제재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서 ‘제재 완화 지지’ 입장을 확인한 중국과 러시아에 사전 협의 내지는 포석을 깔기 위해 최 부상을 파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일정 부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비해 유엔의 다자 제재, 미국·일본 등의 독자 제재가 얽힌 대북 제재 문제는 관련 논의가 심화될수록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로 인해 협상이 꼬일 수 있어 외교 라인의 전문가들이 집중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