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 ‘드라이빙 성지’가 된 제주도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관광이 보편화되면서 일부 초보 운전자가 제주도를 ‘장롱면허 탈출’의 장으로 여기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는 ‘초보 운전자이지만 제주도에서 렌터카로 운전을 했다’고 자랑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B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제주도에서 장롱면허 탈출 팁’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차가 별로 없어서 운전할 만하니 초보 운전자도 도전해 보라. 나는 시속 108km까지 달렸다”고 썼다. C 씨는 “면허를 따고 운전한 게 1~2년 전에 5차례뿐이고, 제주도에 오기 전날에야 유튜브로 주차하는 방법 동영상을 검색했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대부분의 사고는 관광을 하면서 전후방 주시를 제대로 안 하거나 여행 기분으로 들떠 과속을 하면서 일어난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외부에서 온 렌터카 운전자들의 사고 원인 중 △전방 주시 태만 71.6% △운전 미숙 등 심리 요인에 의한 판단 잘못 8.5% △차량 조작 잘못 4.7% 등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제주도에 다녀온 직장인 유모 씨(29)는 “갓 돌이 지난 애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데 3차로 도로의 2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급정거를 하는 렌터카가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 ‘렌터가 공포증’ 호소
한림읍에 사는 강모 씨(51)는 급정차한 렌터카를 피하다가 집 담벼락에 차가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다. 강 씨는 “초보 운전자가 모는 렌터카가 많다 보니 관광지 근처 도로를 피해 일부러 현지인만 아는 도로로 우회해서 간다”고 푸념했다. 같은 지역 주민 김석식 씨(58)는 “번호판 앞자리에 ‘하’ ‘허’ ‘호’가 쓰인 렌터카를 보면 긴장하게 돼 방어운전 태세를 갖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렌터카 업계에 자율적으로 감차를 유도해 3만3388대(9월 21일 기준)인 렌터카를 내년 6월 말까지 2만5000대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인구 팽창과 관광객 증가로 도내 차량이 급증하는 것을 막아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지만 렌터카 숫자가 줄면 사고 건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의 차량 가동률이 높지 않아 차량 수만 줄여서는 사고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