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서늘해진 이맘때부터 겨울이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까지가 이 세 작품을 듣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 곡들을 들으면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루흐의 이 곡들을 듣고 있으면 ‘호반’ ‘백마의 기사’ 같은 독일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1817∼1888)의 소설들이 떠오릅니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 출신인 슈토름의 소설들은 북해의 바람 같은 쌀쌀한 분위기가 특징이죠. 브루흐도 북독일 출신이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상상과 달리 중부 독일의 쾰른 출신이었습니다.
한 곡도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한 작곡가도 많으니 세 곡 정도면 행복하다 할 수 있겠지만, 브루흐 자신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에게는 ‘1번’ 말고도 바이올린 협주곡이 두 곡 더 있었습니다. 특히 1번보다 12년 뒤 쓴 바이올린 협주곡 2번 D단조가 1번보다 낫다며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연주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결국 1번의 인기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제게 느낌을 물어본다면, 글쎄요…. 1번의 경우 세 개 악장 전체가 깔끔한 구조와 흘러넘치는 서정을 갖고 있는 반면, 2번은 역시 1번만큼의 ‘한 방’이 없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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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