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입술 없어 젖 못 빠는 중증 장애, 5월 한국서 태어나 첫 한가위 보내 심장에도 작은 구멍… 수술 시급 미얀마 카렌족 16가족 80여명, 한국 재정착 난민으로 부평에 거주
22일 인천 부평구청 인근 근린공원에서 카렌족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민속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이날 80여 명의 카렌족 중에는 공원 벤치에서 엄마 품에 안긴 카렌족 신생아 김지은(가명) 양이 유독 눈에 띄었다. 김 양은 올 5월 출생 당시 몸무게 1.8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뿐 아니라 중증 구순구개열(입술과 입천장 갈림증) 장애까지 있었다.
그녀는 윗입술이 없고, 입천장과 콧구멍이 크게 열려 젖을 빨 힘이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것보다 3배 정도 긴 특수 젖병꼭지를 목구멍 안쪽까지 넣어 우유를 먹이고 있다. 앉은 자세로 수유를 해야 하는데, 목이 막혀 우유를 자주 토해낸다. 이물질이 귀 쪽으로 흘러가 신경을 손상시키면 자칫 청각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병원 검진 결과 김 양은 심장에도 작은 구멍이 나 있고 항문과 여성 생식기가 거의 붙은 이소항문이 발견됐다. 인천 길병원 주치의는 “심장 이상이 없다면 3개월 이내에 입술, 코에 대한 성형수술을 한 뒤 구강과 비강을 연결하는 2차 외과수술, 잇몸 뼈 이식 등 3차 치과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양은 그 외에도 혀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언어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집에서 아들(5)과 김 양을 보살피고 있는 어머니 아이말린 씨(29)는 치료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자 가끔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녀는 난민촌에서 ‘겨울연가’ 등 한류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을 동경하게 돼 정착지로 선택했다. 조크랄 씨는 “천진난만한 딸의 미소는 가끔 장애를 잊어버리게 하지만 지은이가 자라면서 미소를 잃게 될까 봐 두렵다”며 “딸이 건강해지면 미용 기술사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다”고 수줍게 입을 열었다.
해외 어린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플랜코리아는 김 양의 딱한 사연을 듣고 수술비 모금활동에 나섰다. 카렌족은 5년 적응기를 거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