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녀온 장병규 4차산업위원장-이재웅 혁신본부장 인터뷰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장이 21일 동아일보와 만나 방북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남북 경협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변화 여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블루홀 의장)과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장(쏘카 대표)이 2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코워킹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방북 소감과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나.
이=4·27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이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번영’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의 경제 성장 방향성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남북 경협 방안이 논의됐나.
장=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남북경협을 위해선 북한의 경제 상황과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이번 방북은 ‘어느 채널의 어떤 사람과 이야기하면 사업 논의를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북측에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많이 언급했던 점에 비춰 볼 때 과거와 같은 대기업의 ‘통 큰 결단’에 대한 기대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기업인들은 주주 눈치를 봐야 하고 이윤을 남겨야 해 옛날식 결단은 어렵다. 국민연금에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지 않았나. 북측과 남측 간에 시대적 괴리감이 있었다.
―경제인 관점에서 북한은 매력적인 나라인가.
장=중견 제조업이나 인프라 관련 공기업들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보기술(IT) 기업 쪽은 과연 계획경제나 당 주도 경제와 맞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젊은 세대, 더 많은 중견기업들이 북한을 방문해 우리처럼 사업적인 상상력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남북 간 교류의 장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경제인에 대한 북측의 대접은 어땠나.
장=북측은 남측 경제인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했다. 둘째 날 경제인만 초청된 대동강수산식당 만찬에 김 위원장이 깜짝 방문한 것이 대표적 예다. 돌이켜 보면 둘째 날 식당에서 서빙하던 분들이나, 셋째 날 삼지연 오찬에서 식당에서 연주하던 분들 모두 첫째 날 본 사람들이 따라온 것이었다.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4대 그룹 총수들과 두 번이나 같은 테이블에 앉아 4가지 종류의 술을 ‘쭈욱’이라 말하며 권유하고, ‘단숨에’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잡았다. 가까이서 본 현 단장은 그 직책 이상으로 북한 내에서 ‘파워’가 있어 보였다.
이=경제인들이 2박 3일 동안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은 김 위원장이었다. 항상 헤드 테이블 가까이에 자리를 배치했다. 북측에서 경제인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 의지로 읽힌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