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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등 기업인들 양묘시설 방문… 제재 포함안된 산림 협력 속도 낼듯

입력 | 2018-09-20 03:00:00

김정은 “벌거숭이산 안된다”… 집권 직후부터 산림녹화 관심
소학교-교원양성 대학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경제 분야 특별수행원들은 19일 오후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찾았다. 이곳은 2015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화가 이뤄진 북한의 대표적 양묘시설로 47ha(헥타르) 규모의 시설에 연간 2000만 그루의 묘목을 길러낼 수 있다. 김정은은 2016년 5월 이곳을 찾아 “온도와 습도, 통풍량 등 묘목 재배에 가장 적합한 조건과 환경을 훌륭히 구축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일정은 평양공동선언에서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과 관련이 있다.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는 것에 한국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 직후부터 “후손들에게 벌거숭이산, 흙산을 넘겨줘서는 절대 안 된다”며 산림녹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산림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남북경협의 입구로 삼기에 적합하다. 6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도로 철도와 함께 주요 협력 분야로 선정돼 7월에는 별도의 남북 간 협의가 열렸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이번 방북에 동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헐벗은 국토를 푸른 숲으로 가꾸자’는 취지로 용인자연농원을 만들어 조림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SK와 LG도 국내외에서 조림 사업을 진행해 온 경력이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협력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인들은 이후 평양 시내 소학교와 교원을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을 찾았다. 최근 현대화 공사를 마친 곳으로 김정은은 1월 이곳을 시찰하고 “각 도에서 이곳을 본보기로 하여 교원대학들을 잘 꾸려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인재 양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 시설 및 기자재 분야에서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육 분야의 협력 역시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공동취재단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