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방송계 新성장동력 떠올라
대중문화계에 ‘삼김시대’가 도래한 걸까. 개성 있는 연기력과 외모로 무장한 여배우 3인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수놓고 있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김고은과 영화 ‘마녀’의 김다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 동아일보 DB
“3김(三金) 시대가 왔다.”
한국 현대사를 이끈 정치거물들을 일컫는 게 아니다. 요즘 영화와 방송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여배우 3명에게 붙은 수식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김고은(27)과 김태리(28), 김다미(23)를 두고 21세기를 이끌 ‘신(新)성장동력’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3김 시대의 도래는 2000년대 여배우의 상징으로 꼽힌 ‘태혜지’와는 결이 다르다. 김태희와 송혜교, 전지현은 화려한 외모와 출중한 스타성이 첫손에 꼽혔다. 이에 비해 3김은 신선하고 개성 있는 외모, 짧은 경력에도 괴물 같은 연기력으로 평단과 관객을 휘어잡았다.
○ 바늘구멍 뚫은 뉴 페이스의 존재감
시작은 김고은이다. 2012년 영화 ‘은교’에서 300 대 1의 경쟁을 뚫고 17세 소녀 ‘한은교’에 발탁됐다. 김태리와 김다미는 각각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와 박훈정 감독의 ‘마녀’에서 1500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방송 영화 관계자들은 이들의 선전 이유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기부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깜짝 스타’ 논란을 잠재웠다. 작품을 위해서는 노출이나 액션
도 불사하는 대범함도 갖췄다.
이들에게 찬사만 보낼 수는 없다. 김고은에겐 ‘여리고 순박한’ 이미지가 고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교’ 이후 영화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등 범죄물, 사극을 다양하게 오간 것과 달리 최근작은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도깨비’ 같은 멜로에 치우쳐 있다. 그는 올해 개봉한 영화 ‘변산’에 이어 내년 정해인과의 멜로 영화를 준비 중이다.
김태리는 ‘아가씨’부터 ‘1987’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시대극은 물론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현대극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다양한 장르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다미는 ‘마녀’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소포모어징크스’(데뷔 첫해 성공적인 활동을 한 뒤 두 번째 해에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를 겪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기 경험이 없어,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증명해야 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