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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교수 137명 “사법행정권 남용, 국정조사를”

입력 | 2018-09-18 03:00:00

“헌법 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 성명통해 특별재판부 설치 등 요구




“매일같이 대법원 판례를 가르치면서 제자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

전국 법학교수 137명은 17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의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전국 법학교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 21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75명과 39개 법과대학 소속 교수 62명은 성명서를 통해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상고법원 설립을 명분으로 권력의 핵심과 재판을 거래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학교수들이 전국 규모로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명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권력 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의 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성명서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조차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權府)와 거래한 적은 없었다”며 “지난 몇 년간 학생들에게 중요 판례로 가르쳐 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KTX 및 쌍용자동차 노동사건 등에서 모두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하니 허탈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법원의 미온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성명서는 “이것보다 훨씬 경미한 사건에선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실시하자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국회의원들이 왜 이 사태에선 입을 다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대부분 기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행위까지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성명서를 주도한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는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사법농단에 관여한 모든 현직 법관과 대법관은 탄핵하고 국회는 재판 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