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호황-브렉시트 기대감에 ㎡당 평균가격 1만유로 육박 월세까지 뛰자 공급확대 주력… 임대료 상한제 재도입 논의도
프랑스 파리 6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에서 한 시민이 창문에 붙은 집값을 살펴보고 있다. 갤러리와 대학 등이 밀집한 6구는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10% 이상 오르며 ㎡당 평균 가격이 1만3000유로(약 1670만 원)를 넘어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리도 한국의 수도권처럼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평균 파리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7.1% 상승했다. 파리 전체 20개 구의 m²당 평균 가격이 1만 유로(약 13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9개 구는 이미 1만 유로를 넘어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거의 제로 금리로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액 상당수를 무이자로 지원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0년 상환 대출 금리가 1.5% 수준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바람이 불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반사이익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집값과 월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4월에 정부는 “더 많이 더 좋은 집을 더 싸게 짓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른바 ‘엘런법’을 발표했다. 엘런법은 새로운 집을 짓는 데 따른 규제를 완화하고, 2020년까지 경제성이 떨어지는 오피스 공간 50만 m²를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임대용 주택이 모자란 도시에 임대 목적으로 신축 건물을 짓거나 구매할 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도 마련됐다.
최근 프랑스에선 임대료 상한제 재도입이 논란이다. 2014년 28개 대도시에 한해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됐고, 대도시인 파리와 릴에서 이 정책이 실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법원에 의해 무효화됐다. 파리시는 이를 복원하려 하지만 저소득 세입자들을 보호하려는 이 조치가 오히려 임대 아파트의 공급 물량을 막아 버리고 부동산 시장 자체를 경직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많다.
부동산중개소 파리 스테이 임원경 대표는 “올해 1, 2분기 매매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7% 정도 감소한 것을 보면 이제 집값의 피크는 지난 것 같다”며 “부동산 구입을 투기로 보는 인식이 없는 프랑스 특성상 정부가 대출 혜택을 줄이고 금리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면 집값은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는 은퇴 후에도 은퇴 전의 80%에 달하는 연금이 나오고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도 없어 꼭 집을 사야 된다는 절박함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임차인으로 사는 데 따른 불편함도 적다. 월세를 잘 낼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을 쫓아낼 방법이 없고 월세 인상률도 물가 상승률을 넘어설 수 없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