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골목길 위험천만
서울 중구의 한 골목에 세워진 전봇대. 통신선이 얽힌 채 오른쪽으로 10도가량 기울어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골목길. 주택과 식당, 호텔이 밀집해 있어 시민들과 외국인 여행객의 통행이 잦은 곳이다. 그런데 골목 길가에는 높이 6m, 밑지름 약 13cm의 전봇대가 오른쪽으로 10도가량 기운 채 서 있었다.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콘크리트 바닥도 금이 가 있었다.
전봇대를 살펴본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전봇대에는 통신선이 마구 얽혀 있었고 통신선 뭉치는 골목 끝자락까지 100m가량 이어져 있다. 홍 교수는 “전봇대가 넘어지면 행인이나 차량을 덮칠 수 있고 100kg 넘는 선 무더기가 떨어져 골목을 걷던 사람이 다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목 주민들은 지난해 4월경부터 지속적으로 중구에 민원을 제기해 왔다. 직접 중구에 민원을 넣었다는 50대 주민 오모 씨는 “전봇대가 너무 많이 기울어 있어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쉽게 쓰러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아무 조치가 없다. 상도유치원도 이러다 무너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골목과 인접한 충무파출소는 주민들의 민원을 세 차례 구청에 전달했다.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특히 태풍 솔릭이 수도권을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던 8월 말 주민들의 걱정이 커서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별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올 7월 A통신사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전봇대를 다시 세우겠다”고 나섰다. A통신사는 기울어진 전봇대를 뽑아서 다시 설치하고, 통신선의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30m 거리에 전봇대를 하나 더 세우기로 하고 중구에서 굴착 허가를 받았다.
본보가 취재에 착수하자 중구 측은 11일 다시 현장을 둘러보고 새 전봇대를 설치할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구가 전봇대를 강제로 철거하고 새로 세울 권한은 없지만 구에서 적극 나서서 인근 주민들과 조율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