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1라운드 지명 선수들 외에 42세의 나이에 드래프트에 지원한 허민(사진)이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00명의 선수가 지명되었지만 끝내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습니다.
허민은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야구부 출신으로 게임회사를 설립한 최고경영자(CEO)이며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구단주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고양 원더스는 3년 만에 해체되었지만 당시 ‘야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는 총 1072명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805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57명, 해외 출신 등 기타 선수 10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했습니다. 이 중 100명이 프로야구팀의 선택을 받았으니 대략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입니다. 야구를 한 선수들 중 90%는 프로야구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운 좋게 프로야구팀의 지명을 받은 100명의 선수 중 몇 년 안에 1군 주전 선수로 성장하는 자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2군과 육성군을 오가다가 선수 생활을 접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열정, 성실성과 자기관리 등 갖추어야 할 역량과 태도가 많습니다. 재능 있는 자가 열정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여서 빠른 성장을 하겠지만 열정 없는 재능은 그 잠재력을 꽃피우기 어렵습니다. 재능에 비해 열정이 넘치는 경우는 발전이 더디지만 거북과 같은 행보를 보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아무리 축구를 좋아하여 매달린다 해도 모두가 박지성이나 손흥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 수준에 오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열정 없는 재능보다는 재능 없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인 듯합니다.
프로야구에서는 재능과 열정이 결합하여 최고의 반열에 오른 최동원 장종훈 이승엽 이종범 박찬호 류현진 등이 있지만, 한 차례 불꽃을 튀기고는 이내 사라져버린 안타까운 선수들도 많습니다. 허민과 같이 뭔가 특별함이 있는 사람을 ‘괴짜’라고 부릅니다. 돈키호테 같은 엉뚱함과 무모함이 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에게 야구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인 듯합니다.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점이 인생과 닮아 너클볼을 좋아한다’는 허민의 말에 여운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