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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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창문’이란 게 있답니다. 간수가 죄수의 행동을 엿볼 수 있도록 설치한 구멍이 유다창문입니다. 왜 이런 고약한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독교사에서 유다란 이름이 가진 납덩이같은 통증의 무게만큼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출판사 나무옆의자)’는 유다창문을 통해 한국의 목회자와 대형교회의 빛과 그림자를 차갑고 뜨겁게 들여다 본 장편소설입니다.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육십대 후반의 남자. 남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중 하나인 대성교회의 수석장로였습니다. 교회 측은 어쩐 일인지 김일국 장로의 죽음을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해버립니다. 유서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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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는 몇몇의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인물들의 관계도는 자못 흥미롭습니다.
대성교회의 목회자인 명수창 목사는 새벽의 아들에서 세속의 화신으로 변모한 인물입니다.
또 다른 욕망의 자식들인 교회 장로들,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습니다.
이건호 교수와 명수창의 딸 명은미는 사제지간입니다. 정의의 사도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건호 교수와 세속적 화신의 딸 명은미의 관계는 죄와 속죄의 만남으로 읽힙니다. 이건호 교수와 우종건 기자는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을 대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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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목사들은 언제나 신실한 양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먹고 자란다. 이 책이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권무언(58) 작가는 서울대와 성균관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리더십 등 4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 소설에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짙게 녹아 흘러내립니다. 그는 자신의 필명처럼 무언(無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