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대 교수이자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1912∼2006·사진)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하며 한 비유입니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가 그 시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대응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정부의 섣부른 경제 정책이 경기 변동 폭을 오히려 크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경기의 고점과 저점을 판단하는 게 쉽지 않고, 설령 판단이 정확해도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일이 필요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 정책을 두고 샤워실의 바보처럼 너무 근시안적이고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책의 균형을 맞춰야 할 텐데, 공급은 줄게 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니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량 부족이 심해졌고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지역별, 계층별로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임대 사업자들에게 주던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급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뒤늦은 수습책들이 향후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기업의 투자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순리인데, 정부는 빠른 효과에 매달려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성급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세소상인들이 살기 더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고,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으며,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매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 있는 듯합니다.
뭐든지 급하면 탈이 생깁니다. 시장의 모든 것을 정부가 조절하거나 매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수많은 ‘샤워실의 바보’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효율적 자원 배분과 시장 기능의 정상화를 위한다면 과거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