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등급체계가 쇠고기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는 소비자 수요에 의해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국내산과 외국산 쇠고기의 상대가격 비율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쇠고기 수입량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구입 기준에 과거와 다른 차이가 생겼고,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2017년 정부의 쇠고기 등급기준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됐다. 소비자 다수는 마블링 기준을 하향하고 마블링 외 육량, 육색, 지방색, 탄력도를 강화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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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에서는 마블링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던 육질등급 체계가 육색, 지방색, 탄력도 등 다른 항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뀐다. 마블링에 대한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사육기간은 2.2개월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육농가의 경영비를 약 7% 절감시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육량등급 기준을 성별, 축종별 총 6가지로 세분화하여 소 개체별 특성에 맞게 평가한다. 이는 한우에 대한 등급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등급 기준 개정은 몇 십 년 동안 지속해 오던 육종 기술 체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소 사육환경이 배합사료 위주로 돼 있어 생산자는 마블링이 곧 품질이라고 믿어 왔다.
문제는 쇠고기 시장에서 마블링 위주의 이전 등급체계로 유통되는 국산 쇠고기의 대체재로서 수입 쇠고기가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 변화만을 생각해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 수도 없는 일이다. 새 등급체계는 생산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마블링 기준만 완화시키고 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 등급체계를 소비자와 생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쇠고기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급기준 보완과 더불어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영양성분이나 무항생제 등과 같은 건강과 안전성에 관한 정보도 제공돼야 할 것이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