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약화 논란 감수하고 ‘선긋기’
청와대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훈련 재개 가능성을 꺼내들자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공조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한미 간에 (한미 연합 훈련 재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미국으로부터 (논의 요청) 자체가 없었다”며 “훈련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이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 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
특히 청와대가 “한미 간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공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감수하고 한국이 아직 훈련 재개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 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 훈련을 재개하려면 한미 간 일정 조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훈련 재개가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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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미국이 일방적인 연합 훈련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놓고 북한과 함께 한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기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주파수를 맞춘 한국이 ‘한반도 주인론’을 앞세워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려 하자 미국이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남북 정상회담 취소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것을 되짚고 싶다”고 했다.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는 한반도 주인론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반도 주인론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북-미 사이가 교착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데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들도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