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한국에서는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삼복은 살짝 다른 의미지만 ‘개의 날’이라고 불려도 무방했을 듯하다. 그런데 최근 개고기 식용이 논쟁적인 주제가 됐다. 2004년만 해도 개고기 판매 금지를 반대하는 사람이 90%에 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사회가 변하고 있다.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개고기 식용 찬성률도 하락하고 있다. 올해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18.5%만 개고기 식용을 찬성했고 판매 금지를 반대한 응답자는 절반을 겨우 넘긴 51.5%에 불과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 주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해외 유명 배우들이 개고기 식용을 비판해 모든 외국인이 개고기 식용을 반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개고기 식용 풍습을 가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사람들은 개고기를 잘 먹는다. 반면 서양인들은 대부분 식용에 반대한다. 나는 조금 복잡하다. 15년 전 개고기를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다. 심리적으로 먹기 힘들었고 맛도 비려서 다시 찾지는 않았다. 호주에 갔을 때 악어, 캥거루, 에뮤(조류) 등의 고기를 다 먹어봤다. 나 스스로 특별히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은 개고기가 왠지 다르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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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기 싫어도 다른 사람에게 먹지 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다른 고기들을 잘 먹는 나는 어떤 동물이라도 식용으로 키운다면 크게 반대하지는 못한다. 위선자가 될 테니까. 게다가 나처럼 생각하는 외국인도 많다. 다만 우리는 한국의 식용견을 사육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부드러운 고기를 만들기 위해 죽기 직전에 개를 때리고 공포에 질린 개에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도록 무섭게 한다고 한다. 같은 목적으로 마사지를 받는 일본의 와규와는 상당히 비교가 된다. 물론 식용 닭도 특별히 좋은 환경에서 키우지는 않겠지만 식용견과 관련해서 규제를 만들었으면 한다.
개고기를 주제로 글을 쓴 계기는 몇 주 전 영국 BBC가 ‘영국에서 개고기 먹기 금지 언급’이라는 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개고기 판매가 불법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개를 키워서 잔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도살해 먹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미국에서 일부 아시아 이민자들의 개고기 식용으로 미국 의회에 관련 안건이 제출됐고, 이것을 본 영국 의원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법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한국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개고기 식용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지자가 40만 명을 넘어 정부가 답변까지 했다. 정부는 개를 가축에서 빼는 것은 가능하지만 식용 금지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법이나 인식 변화로 곧 개고기 먹는 날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