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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지르고 뒤늦게 진화 나선 박원순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

입력 | 2018-08-27 03:00:00

개발 계획 발표 7주만에 접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마스터플랜)을 무기한 보류했다.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밝힌 이후 집값 급등세가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자 약 7주 만에 계획 발표와 추진을 스스로 접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와 협의 없이 서울의 노른자위 지역의 개발 계획을 섣부르게 공개해 시장 과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주택시장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

박 시장은 26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택시장의 이상 과열 조짐을 깊이 우려하고 있었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였다. 박 시장은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택시장 안정화 역시 서울시장의 중요 책무라고 생각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추진 보류를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열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여의도와 용산의 부동산 과열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보류)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2월 발표했던 서울시의 공적임대주택 24만 가구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역의 실거래가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과세의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 서울 부동산 급속 과열로 계획 보류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뉴욕 맨해튼에 버금가는 곳으로 통합 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구간은 철로를 지하화한 뒤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단지 등으로 개발한다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밝혔다.

그러자 여의도와 용산의 아파트값이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면서 급등했다. 8월 들어서는 서울 전체가 들썩였다. 아파트값 급등세가 강남 4구를 거쳐 은평구, 서대문구 등 서울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이상 과열 분위기로 바뀌었다.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7% 올라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지난달 말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와의 협의’를 강조한 것에 대해 박 시장은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 권한”이라고 받아쳐 ‘엇박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26일 박 시장의 발표는 국토부나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국토부는 일상적으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행정2부시장과 국토부 차관 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부 및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해가며 동시에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실거래가 수준 현실화를 비롯해 더 필요하다면 대출 규제나 과열지구 확대 등 처방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용산, 여의도 “그래도 상승세”

박 시장의 보류 발표에도 용산과 여의도 부동산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용산구 이촌동 Y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박 시장의 개발 계획이 그동안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다”며 “매물 품귀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에 시장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히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마스터플랜과 별도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그만큼 사업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일부 주민은 벌써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라고 귀띔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유근형·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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