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피플]
치과의사 유튜버 이수진 씨.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의사 가운 차림의 이 씨가 병원 원장실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의 실시간 댓글이 쏟아진다. 방송 주제는 주로 고민 상담. 병원에서 방송을 할 때는 치아 건강 에 대한 질문이 많고, 집에서 방송할 때는 학업이나 진로, 연애 같은 일상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이가 대부분이다. 이 씨는 “10, 20대 여성 구독자의 비중이 높다. 딸 또래 아이들의 이런 저런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랜선 엄마’라는 별명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 씨는 4년 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가로수길로 병원을 이전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시작했다. 젊은 환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는데, 처음에는 딸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병원에서 짬을 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수진 원장. 그는 “백세 시대에 이제 겨우 절반 살았을 뿐이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며 살고 싶다”고 했다.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이 씨의 채널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는 딸 이제나 양(16)과 함께 찍은 브이로그(Vlog·일상 기록 영상)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제나 양이 엄마에게 화장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도 인기다. 이 씨는 “딸과 함께 만든 영상은 구독자들도 엄마와 같이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영상을 보고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본업인 병원 진료도 게을리 할 수 없고, 모바일 기기를 제 손 다루듯 하는 ‘젊은 애들’에 비해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할 정도로 바쁜 일상. 하지만 이 씨는 “어차피 나이 먹으니 밤잠이 줄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에는 친구나 동료 의사들에게 ‘유튜브 한번 해 보라’고 권한다고 했다.
“인생은 끊임없이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때문에, 직업 때문에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관심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는 게 어때요?”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