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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우승 감독의 기억으로 살펴본 배구 금메달의 비결

입력 | 2018-08-21 05:30:00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끈질긴 투혼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던 여자배구대표팀을 지휘했던 김철용 감독(왼쪽)은 팀워크와 독한 훈련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2002년 부산대회에서 남자배구에 금메달을 안겼던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두 명장은 공격보다 수비를 강조했고 우리의 범실을 줄여야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동아DB


사상 첫 동반 결승 진출을 노리는 우리 남녀배구팀의 장정이 시작됐다. 변수가 많은 종합대회, 과연 대표팀은 무엇을 대비하고 어떤 마음자세를 갖춰야 할까. 1994년 히로시마에서 여자배구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김철용 감독과 2002년 부산에서 남자배구 금메달을 일군 신치용 감독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현 대표팀의 길을 예측해보려는 뜻에서다.

●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금메달 김철용 감독의 기억

훈련 과정에서 이미 승패는 결정된다. 지금 대표팀의 신체조건이 엄청 좋아졌다. 역대 대표팀 역사상 가장 신장이 좋다. 1994년 때는 180㎝를 넘는 선수가 홍지연, 김남순 2명뿐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중국보다는 목 하나가 작았지만 이겼다. 제아무리 외형(높이)이 좋아도 결국은 내면(디펜스)이 결정한다.

배구는 팀워크의 경기다. 선수들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성공한다. 세계 최고 김연경이 있지만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 수비라인에서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중요하다. 배구는 받고 올리고 때리는 경기다. 받는 것이 먼저다.

당시 훈련 때 못한 것은 경기 때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독하게 훈련했다. 오전에 서키트트레이닝을 하면 지쳐서 오후에 훈련을 못할 정도였지만, 반복해서 체력을 강화한 덕분에 나중에는 서키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 남자고등학교와 연습경기를 할 정도가 됐다.

혹독하게 훈련을 하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억울해서라도 열심히 한다. 우리가 중국전 때 5세트를 21-19로 이겼는데 16-17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은 비결은 평소의 독한 훈련에 있었다. 일본전 때도 먼저 2세트를 내주고 3-2로 역전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넉넉하게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열세였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냈기에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줬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빠르고 낮은 배구를 했다. 리시브는 장윤희, 정선혜, 이수정이 했다. 세터 이도희에게 1m50㎝ 이내로 올려주면 알아서 해결했다. 우리 선수들은 멘탈도 강했다.

모두 한 눈 팔지 않았고, 그래서 많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수비는 인내다. 수많은 반복훈련과 경험을 통해 상대의 공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땀이 필요하다.
될 때까지 한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모두가 열심히 했다. 그때 수고한 선수들이 지금도 고맙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것이 선수들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때만 되면 지금도 손에서 땀이 난다. 24년이 지났어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하겠다.

차해원 감독은 호남정유 감독 때 선수를 그만두게 하고 코치를 시킨 인연이 있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 대표팀은 기술적으로 세터 이효희가 전위로 나왔을 때가 문제다. 그 곳으로 집중 공격을 할 것인데, 3번의 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 궁금하다. 일본은 키가 크지 않아도 기술이 좋다. 수비를 잘하고, 소위 깔짝거리는 배구를 한다. 경기 초반 깔짝거리는 연타공격에 실점하면 답이 없다. 그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 우리 대표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

●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신치용 감독의 기억


관건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책임감이다. 군 면제가 걸린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경직되거나 지나친 긴장으로 평소보다 못할 수도 있다.

1994년 히로시마, 2014년 인천대회 때가 그랬다. 모두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졌다. 지나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다. 군 면제를 원하는 선수와 병역부담이 없는 선수는 경기를 대하는 느낌이 달라 묘한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 감독이 이런 상황을 잘 조율해야 한다.

다른 종목과 함께 지내는 종합대회다 보니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태해질 수도 있다. 선수는 선수다. 스태프가 이런 느슨한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2002년 때도 어느 선수가 대회 도중 밖에서 술을 먹고 왔다. 주변에 친구도 많았을 테고, 선수촌을 벗어나면 갈 곳도 많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경기가 중요했기 때문에 그 선수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대회기간 내내 숙소를 지켰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여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감독보다는 선수들끼리 스스로 사생활을 조심하게 만드는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배구는 팀 분위기와 흐름의 싸움이다. 팀워크가 좋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선수와 스태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란의 1진이 출전하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못 이길 상대도 아니다. 이란도 군 면제 혜택이 있다고 들었다. 아시아권이지만 이란은 유럽 팀이나 마찬가지다. 파워와 스피드가 있다. 이런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기본에서 범실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삼성화재가 실업배구시절 9연속 우승을 하고 77연승을 했을 때도 신진식과 김세진의 공격성공률은 53%를 넘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범실을 하지 않았고 상대는 먼저 범실을 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플레이는 모든 팀들이 다 할줄 안다. 이번 VNL에서도 유럽의 강팀들이 우리보다 더 범실을 하지 않았다.

결국은 1~2점, 플레이 2~3개의 싸움이다. 어려워서 못 받는 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져서 놀다가 못 받는다. 어택과 블로킹 커버, 리시브와 2단연결 등에서 우리가 범실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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