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한달 생활 마친 박원순 시장, 강북권 우선 투자 100여개 대책 발표
한 달간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임시 공관 생활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옥탑방에서 나오면서 주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오후 열린 성과 보고회로 박 시장의 삼양동 임시 공관 생활이 마무리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삼양동에서 세상을 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표회에는 박겸수 강북구청장 등 주요 인사와 주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1시간 전부터 주민들이 몰리면서 200여 개의 좌석이 부족해 일부 참석자는 선 채로 발표를 지켜봤다. 다만 발표회장 밖에는 10여 명이 “정치 쇼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도시철도 조기 착공, 빈집 1000채 매입”
저층 주거지의 도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빈집을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4년간 총 1000채를 매입해 청년 주택과 창업 공간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채 이상의 집만 묶어서 소규모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등 소규모 주거정비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인프라 확대 계획도 나왔다. SH공사 등 시 공공기관을 강북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한다. 강북 지역에 시립 어린이전문병원을 신설하고, 새로 마련하는 돌봄 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 지역에 설치한다. 도심의 70%대 전선 지중화율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동북지역 전선 지중화율(45.9%)을 높이기 위해 시 비용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울시는 1조 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해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강북이 강남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인프라와 문화 시설을 확충하면 강남 부럽지 않은 또 다른 매력의 도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들 “실천이 더 중요”
7년째 공사가 중단된 우이동 유원지 사업(옛 파인트리 앤드 스파 리조트)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인트리는 2011년 박 시장이 “특혜 유무를 규명하겠다”고 나선 뒤 공사가 중단됐던 곳이다. ‘재탕정책’ 논란도 예상된다. 박 시장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지만 건물을 방치하는 것도 손실이다. 일부는 주민 편의시설로 개방하는 동시에 기업 입장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삼양동 일대와 관련한 대책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로부터 감사의 뜻으로 ‘삼양동 명예 주민증’을 받았다. 발표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철 씨(76)는 “현장을 돌면서 세세한 것까지 짚어냈으니 말한 대로 제대로만 한다면 주민들도 강북에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실현 과정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