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1% 오를때 집값은 75% 껑충… 베이비붐 세대보다 집 보유율 낮아 금융위기후 모기지론도 힘들어져… 부모에 목돈 빌리거나 부모집 거주 부의 대물림 심화-세대갈등 우려
영국 최대 광고업체 WPP의 콘퍼런스 부문장인 엘라 키런(31)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일하는 그는 성공한 30대이지만 무주택자다. FT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비앤비 등의 등장으로 여행 비용은 예전에 비해 저렴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중요한 요소인 주거 비용은 매우 비싸졌다”고 전했다.
FT는 2주 전 기획 시리즈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2000년 이후 성인이 된 2030세대)가 겪는 주거 불안을 집중 조명했다.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의 뒤편엔 ‘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과 분노가 있다.
집 장만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임금 상승률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집값 상승률이다. 5월 미국 아파트 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집값과 집세는 2000년 대비 각각 75%, 61% 상승했지만 35세 이하 가구 소득은 같은 기간 31%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통계청은 22∼29세 런던 직장인의 연봉과 런던 집값을 비교했는데 1999년 집값은 연봉의 3.9배였지만 2017년엔 13배로 뛰었다. 캐나다의 한 부동산업체는 밴쿠버, 토론토 등 대도시 7곳에서 밀레니얼 세대 부부가 월급을 모아 집값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이달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덕을 보지 않으면 자기 집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목돈을 빌리기 위해 ‘부모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난해 HSBC은행 조사에 따르면 호주 밀레니얼 세대 중 자가 소유자의 3분의 1은 부모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집세를 아끼기 위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느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한 4명 중 1명은 돈을 모으기 위해 여전히 부모와 살고 있다. 미국에서도 부모나 친척 집에 사는 25∼34세 비율이 2000년 15.3%에서 2016년 26.3%로 훌쩍 뛰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