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25>휴가철 해외 패키지여행 예절
얼마 전에 동네 엄마들과 서유럽 8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어요. TV에서만 보던 에펠탑, 콜로세움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가 됐는지 몰라요.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관광 첫날부터 세 끼를 빵과 면으로 때우니 소화가 안 돼 배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결국 둘째 날 점심을 먹으러 간 현지 식당에서 반찬통에 싸온 김치를 꺼냈어요. 파스타에 김치를 한 점 얹어 먹으니 좀 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저희 테이블 옆을 지나가던 웨이터가 화들짝 놀라 “노! 노! 김치!”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 소란을 듣고 가이드가 달려와 “여기서 김치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라고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치를 가져간 건데, 그렇게나 에티켓 없는 행동인가요? 해외여행을 할 때 어디까지는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 여행은 관광 아닌 그 나라 문화체험… 에티켓 지켜주세요
외국 나오면 제일 고생하는 게 음식이죠? 한국에선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왜 한국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유럽 식당에선 외부 음식을 반입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요. 특히 저희한테 친숙한 김치 냄새가 그들에겐 고역일 수 있어요. 유럽 관광객이 한국 식당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치즈를 꺼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도 눈살 찌푸리겠죠?
그래도 현지 음식을 먹기가 정 힘드시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김이나 고추장 정도 들고 가세요. 그 대신 식당 종업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겠죠. 호텔에서 라면 드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라면 냄새가 호텔 방에 밸 수 있으니 먼저 호텔에 취식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게 좋아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식당에 커피믹스를 챙겨 가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한 뒤 타 먹기도 해요. 한국에선 공짜로 커피 주는 식당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요. 식당에서 커피를 드시고 싶으면 제 값 주고 사먹어야 해요. 현지 커피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제 앞으로 모르는 분들끼리 같이 여행 다니려면 서로 배려해야 트러블이 없겠죠? 요즘은 다들 잘 지켜주시지만 시간 약속은 기본이에요. 일정이 밀리지 않아야 최대한 많이 보실 수 있어요. 또 버스 이동이 많다 보니 한 사람이 버스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려다가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간혹 있어요. 지난번엔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집합 시간 1시간 전부터 버스 앞에서 줄을 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사람이 한 자리씩 앉아 주시면 좋겠어요.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예요. 특히 아이를 부를 땐 본인이 직접 가서 데려오시고, 호텔 방은 방음이 잘되지 않는 곳이 많으니 안에선 소곤소곤 말하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하듯이 식당에서 ‘헤이!’ 하고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실례예요. 조용히 손을 들고 웨이터를 보고 있으면 웨이터가 와요.
지금까지 제가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것 하나만 꼭 기억해 주세요. 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에요. ‘이 나라는 왜 이래?’가 아니라 ‘이 나라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 그사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이제 버스에서 내릴까요?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하수엽 모두투어 인솔자, 조용수 온라인투어 유럽인솔자 등의 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