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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직장인 C씨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종합상사에서 유럽 쪽 거래를 맡고 있어 수시로 거래처 담당자들과 e메일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K 씨 역시 여전히 퇴근 후 협력업체들이 보내는 e메일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오가는 업무용 e메일이 근로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까운 사람의 정신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리우바 벨킨 미국 리하이대 교수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8 국제 경영학아카데미(AOM) 연례학회’에서 “업무용 e메일로 자주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본인과 배우자 또는 연인의 정신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내 풀타임 사무직 근로자 142명과 이들의 연인 또는 배우자, 직장 상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다.
업무용 e메일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의 직장 상사는 대부분 근무 외 시간에도 부하직원이 e메일에 적절히 대응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킨 교수는 “실제 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 자체는 짧을 수 있지만 e메일이 사람을 ‘24시간대기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일과 가정의 경계를 결정짓는 건 근로자가 아닌 직장”이라며 “e메일을 통한 업무 시간도 반드시 제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