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자 빅데이터로 입증된 ‘실내 피서’ 열풍
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마련된 30석 규모의 테이블은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별마당도서관은 오전 7시부터 이용 가능하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 씨(50)는 “올여름엔 코엑스 같은 실내에서 독서를 하며 보내기로 했다”며 책을 펼쳤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남자친구와 함께 걷던 이모 씨(23)는 “지난해만 해도 한강, 석촌호수 등 야외 데이트를 많이 했는데 날이 더워지면서 롯데월드몰이나 코엑스에서 실내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대별 관광인구(7월 27일∼8월 2일 기준)는 코엑스의 경우 새벽시간대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오후 5시경에 가장 높게 증가(116.8%)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월드타워몰은 오후 3시경에 가장 높게 증가(8.4%)했다. 열대야로 저녁 시간에 실내에서 영화 등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광화문은 모든 시간대에 관광인구가 줄어든 가운데 가장 더운 오후 2시경 최대 6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는 오후 8시경 32.8% 감소해 평소 야간 시간대에 해변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이 실내에 머문 것으로 풀이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광화문에서는 전 연령대 관광인구가 모두 감소 폭을 보인 가운데 20대(59%)가 가장 많이 줄었고. 해운대에서는 10대(26.3%)와 40대(18.8%)가 크게 줄었다. 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야외 피서를 피했다는 뜻이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TV 시청과 배달 주문도 급증했다. 케이블TV 사업자가 공동 설립한 홈초이스에 따르면 주문형 비디오(VOD) 단건 구매 매출은 7월에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 VOD 매출 85%는 최신 영화에서 나왔다. 영화관 대신 집에서 VOD를 즐겼다는 의미다.
외식도 확 줄었다. 기온이 40도까지 올랐던 2일 점심에는 6월 평일 평균 대비 배달 주문 수가 65% 증가(배달의민족)했다. 7월 중 서울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31일에는 전주 대비 주문 수가 10% 늘었다(요기요).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인혁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