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몰래 개발]자꾸 엇나가는 北美 비핵화 협상
지난달 7일 위성에 포착된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생산 공장. 점선 안에 과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빨간색 트레일러가 보인다. 지난해 이미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부까지 닿을 수 있는 ICBM 화성-15형이 개발됐던 이곳에서 최근 최소 1기 이상의 추가 생산 정황이 포착됐다.
비핵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것 봐라” 하면서 재차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ICBM 개발 현장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이 더 길고 험난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북-미 간 수 싸움은 한동안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비핵화는커녕 ICBM 개발 지속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 발사 전 김정은이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화성-15형 발사 등을 통해 엔진 기술은 확보했지만 유도체계(guidance system) 같은 다른 고도 기술 분야에서 추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ICBM 외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성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정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北-美 서로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은 미국으로선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다. 산음동에서 개발된 화성-15형만 해도 사거리가 1만3000km로 미국 동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이 실험은 중단했지만 미사일 개발은 계속해 온 것”이라며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폐기 대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핵무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놓고 협상 레버리지로 쓰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이를 직접 언급하거나 핵개발 중단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움직임을 읽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놓고 각자 상대방을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쓰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조해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려는 게 미국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달 말까지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등의 카드를 쓸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