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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남극→ 목성위성 유로파→ 토성위성 엔켈라두스… 목마른 ‘우주 여행자’ 여기서 물 한잔!

입력 | 2018-07-27 03:00:00

‘태양계 우주선’ 가상 탑승기




화성 남극 지역의 지표를 덮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된 얼음(위 흰색)과, 그 부근에서 새롭게 발견된 지하 호수로 추정되는 지역(아래 레이더 영상). INAF 제공


태양계 끝을 향하는 우주선에 탑승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물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태양계를 여행하는 목마른 ‘히치하이커’를 위해 최근 연구 성과를 토대로 여행 중 공짜 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첫 번째 급수지는 화성이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이 만나는 순간을 이용하면 6개월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착륙지는 화성의 남극. 사시사철 얼음 및 이산화탄소로 된 빙하가 있고, 겨울철이면 기온이 영하 14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독하게 추운 지역이다. 하지만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지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인공위성 ‘마스 익스프레스’의 레이더를 이용해 2012∼2015년 관측한 화성 남극의 지하 구조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 근처 1.5km 지하에 주변 지역과는 구분되는, 레이더 전파를 좀 더 많이 반사하는 물질이 지름 약 20km에 걸쳐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액체 상태의 물이라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남극 빙하 수 km 아래에 호수가 존재하듯, 화성 극지 지하에도 물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 왔다. 이번 연구로 이 추정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다만 아직은 간접 증거라는 신중론도 있는 만큼 화성만 믿고 빈 탱크로 지구를 떠나서는 안 되겠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우주과학본부장은 “액체 물인지, 액체 이산화탄소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화성에서 물을 가득 실었다면 아껴 써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5년 뒤에나 도착할 수 있어서다. 목성 위성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위성으로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다. 유로파는 표면 전체를 뒤덮은 깊이 100km의 광대한 바다로 유명하다. 물의 전체 양은 지구보다 두세 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파는 태양에서 멀다 보니 영하 220도 이하로 몹시 춥다. 유로파의 바다도 표면이 수십 km 두께로 단단히 얼어 있어 물을 길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대안이 생겼다. 5월 14일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로파는 표면의 얼음층이 깨진 틈으로 지하 바다의 물을 맹렬히 뿜어내고 있다. 뿜어내는 물의 양은 1초에 7t에 달하고, 높이 200km의 거대한 분수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 급수처는 다시 3년 뒤에 만날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다. 지름 500km의 작은 위성이지만, 유로파 못지않은 분수 쇼로 유명하다. 1초에 200kg 정도의 물이 수십 km 두께의 얼음층을 뚫고 500km 상공까지 퍼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엔켈라두스의 분수는 유기물이 가득해 반드시 정수해 마셔야 한다. 6월 28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논문에 따르면, 엔켈라두스의 물에는 메탄은 물론고분자 유기물과 벤젠이 섞여 있다.

엔켈라두스를 끝으로 태양계에서 편하게 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왜소 행성인 명왕성에 얼음이 있긴 하지만 성분은 주로 메탄이다. 소행성이나 혜성 일부가 얼음을 갖고 있지만 먼지로 뒤범벅돼 있는 데다 워낙 작아 착륙해 채취하기 어렵다. 태양계의 끝에 가려면 다시 20∼30년 동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지나야 한다. 부디 그때까지 우주선의 물탱크가 마르지 않기를.
 
윤신영 ashilla@donga.com·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