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법원행정처’ 2013년 작성
본보가 확인한 2013년 9월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그해 외교부는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대법원에 제기했다.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은 파기 환송심을 거친 뒤 일본 기업들의 불복으로 2013년 8, 9월 다시 대법원에 올라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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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과를 고등법원에서 그대로 받아 판결하면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신속하게 판결한다. 하지만 이 문건에 따르면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법원행정처가 최종 판결을 미루자는 뉘앙스의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 소송은 문건 작성 시점부터 현재까지 대법원에만 5년째 계류 중이다. 그 사이 피해자 9명 중 7명은 이미 사망했다. 최초 원고 2명과 사망한 원고 7명의 유족들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5월 공개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2015년 3월 26일 작성)도 2013년에 작성된 이 문건의 연장선에 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구체적 접촉·설득 방안’ 중 하나로 당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언급했다. 이 전 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 복원’이라고 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하여 청구 기각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혀 있다.
두 번째 문건이 작성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 대법원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원고들에게 “관련 사건을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하여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1년 뒤 신일본제철 상대 원고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이 공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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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