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번진 역전세난… 세입자 촉각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전세금이 약세를 보이면서 ‘역(逆)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풍림아이원 아파트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잘 안 나가는 1층 집주인들의 경우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정도로 시장이 안 좋다”고 했다. 연말에 새 아파트 9510채(헬리오시티)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서울 송파구에선 세입자가 왕이다. 이곳 E공인 대표는 “전셋집 찾는 사람보다 ‘세입자 있냐’란 집주인 전화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을 이용해 집을 사들인 갭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갭투자가 한창이던 2016년 6월 75.1%였던 서울 전세가율은 지난달 65.4%로 떨어졌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갭투자의 성지라고 할 정도로 투자자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문의가 끊겼다”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국적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가 많아 갭투자자를 비롯해 전세금 반환에 애를 먹는 집주인이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주택 전세금은 0.99% 떨어졌다. 특히 지방의 경우 전세금이 2년 전보다 떨어진 곳이 많아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집주인이 웃돈을 얹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마련해줘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충남은 2016년 6월 1억1441만 원이었던 전세금 중간값(액수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오는 값)이 올해 6월 1억739만 원으로 떨어졌다. 경남(1억2870만 원→1억2223만 원)과 경북(1억284만 원→9831만 원)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북 구미시 G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아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매물도 나온 지 오래”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역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이 취급하는 ‘전세자금 반환보증’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또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전세자금대출도 관리할 계획이다.
강성휘 yolo@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