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잉글랜드에 전반 뒤졌지만 후반-연장 후반 연속골 기적 일궈 3연속 연장 승부 체력 바닥났지만 토너먼트 3경기 괴력의 역전승 강철 투지-조직력에 세계가 깜짝
“새 역사를 썼다.”(CNN)
인구 약 416만 명의 소국 크로아티아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동화 같은 기적을 썼다. 크로아티아는 1930년 제1회 월드컵에서 우승한 우루과이(인구 약 347만 명) 이후 역대 월드컵 결승에 오른 국가 중 최소 인구 국가 2위다.
12일 준결승전은 무명의 자국 프로리그 때문에 주전 선수 대부분이 해외리그에서 활동하는 다윗(크로아티아)과 세계 최고 축구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보유한 골리앗(잉글랜드)의 싸움이었다. 윌리엄힐을 비롯한 대다수 해외 베팅업체는 잉글랜드의 승리를 두 배 가까이 높은 확률로 내다봤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올라온 두 국가의 몸값(예상 이적료)만 비교해도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몸값 합계(3억6400만 유로)는 잉글랜드(8억7400만 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결과는 이 모든 수치와 예상을 뒤집는 이변이었다.
경기 직후 연장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마리오 만주키치(32·크로아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강한 정신력이 녹초가 된 크로아티아의 몸을 이끌어 승리를 거둔 경기였다”며 “거기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크로아티아 백전노장들의 노련미와 끝까지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은 ‘황금 중원’의 힘이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를 뛴 루카 모드리치(33·63km)와 이반 라키티치(30)가 중심이 된 ‘황금 중원’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크로아티아가 상대 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게 했고, 끊임없이 전방에 슈팅 찬스를 제공했다. 실제 브라질(103개 슈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슈팅(100개)을 기록한 팀이 크로아티아였다.
또한 그 기회를 득점으로 만들어낼 선수가 많다는 점도 크로아티아의 연승 이유로 손꼽힌다. 최전방 공격수 만주키치(2골)를 비롯해 총 7명의 크로아티아 선수가 이번 대회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드리치(2골)-라키티치(1골)-바델(1골)-크라마리치(1골) 등 미드필더에서만 총 4명이 골맛을 봐 크로아티아는 대회 ‘2선 공격’이 가장 매서운 팀으로 평가받았다.
“누구도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뛸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운 선수들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이번 승리로 크로아티아는 결승전 진출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당시 기준·20위)이 가장 낮은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