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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수송기 타고 방북한 南 농구선수단

입력 | 2018-07-04 03:00:00

영접나온 北측 인사들 깜짝 놀라… 4일 5일 4차례 남북 친선경기
허재 “15년만에 감독으로 와 더 설레”




평양 도착한 귀화선수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가대표 남자농구팀에 선출된 미국 출신 리카르도 라틀리프 선수(앞줄 왼쪽)가 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측 관계자에게 신분 확인을 받고 있다. 2003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남북통일농구가 재개된 것은 15년 만이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통일농구대회 참가를 위한 우리 방북단 101명을 태운 군 수송기(C-130H) 2대가 3일 오전 11시 10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 군 수송기가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방북단은 4일 남북 선수가 섞인 혼합경기를, 5일엔 남북 친선경기를 남녀 선수별로 총 네 차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한다. 2003년 10월 같은 곳에서 경기를 한 뒤 15년 만의 남북 농구다. 당시 선수로 뛰었다가 이젠 남자대표팀 감독으로 찾은 허재 감독은 출발 전 “선수 때도 설레긴 했지만 15년 만에 감독으로 가니 감회가 새롭고 더욱 설렌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북측 인사들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민항기가 아닌 국방색 수송기에서 장신의 선수가 줄줄이 내렸기 때문. “수송기를 타고 와서 깜짝 놀랐다” “왜 짐 싣는 수송기를 타고 온 겁니까”란 반응도 잇따랐다. 정부는 민간 항공기 이용을 검토했으나 섭외 등 시일이 촉박해 군용기를 이용했다. 이날 선수들이 앉은 군용기 내부 좌석이 빨간색 우등버스 좌석과 매우 흡사해 눈길을 끌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낙하산 강하 등 평소 훈련 때는 마주 보는 ‘그물형 좌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 고위직 등이 이용할 때 설치하는 좌석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11년 만에 평양을 찾았다. 그는 평양 도착 후 “남측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또 화해 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같이 저희가 안고 왔다”고 했다. 영접을 나온 원길우 체육성 부상은 “(평창 교류 등에서) 남측 성원들을 여러 번 만났는데 만나볼수록 정이 통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고 했다. 북측은 이날 김일국 체육상 주재로 옥류관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번 농구대회는 ‘농구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정상회담에서 제의해 이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6, 7일)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먼의 ‘절친’이기도 한 김정은이 미국에서 1월 귀화해 우리 대표팀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라틀리프는 방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인지도 표현하기가 어렵다”면서 “(경기라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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