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정보국 ‘북핵실태 보고서’ 파장
北 매체, 8개월만에 황병서 언급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앞에 비누로 보이는 제품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김정은 뒤로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실선)이 보이는데, 그가 북 매체에 언급된 것은 8개월 만이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 폼페이오 장관 방북 앞두고 공개된 보고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작성에 관여한 미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주요 내용을 누설(leak)하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됐다. 상부의 지시 없이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북한의 핵능력 확대와 은폐 실태를 공개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은 없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뉴욕매거진은 지적했다. 정보 당국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하는 북한 비핵화 약속을 믿지 않을 정도로 행정부 내부 분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6일 전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핵개발 관련 기밀 정보가 알려지면서 비핵화 확약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 만나 비핵화 의제 등을 사전 조율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다시 방한해 1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 논의를 위한 실무 접촉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당국자 간 접촉이 확인된 것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19일 만이다.
지난 주말 방한한 김 대사는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북측과 1시간가량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김 대사의 상대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의 이번 (세 번째) 방북은 북-미 정상회담 후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 대사가 판문점으로 와서 직접 조율한다는 건 미군 유해 송환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까지 논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트럼프 ‘보복’ 가능성 우려
볼턴 보좌관은 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 대다수가 1년 이내에 해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 업무(비핵화 협상)를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몽상적(starry-eyed)인 감정이 조금도 없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과거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외교를 관장해 온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7월 말 퇴임한다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2월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퇴임한 데 이어 손턴 지명자까지 물러나면 당장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에 적잖은 공백이 예상된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신나리·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