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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공익재단, 총수 지배력 확대-경영권 승계에 악용”

입력 | 2018-07-02 03:00:00

165곳 운영실태 조사결과 발표
총수 2세 출자회사 주식 집중 보유… 의결권 행사땐 100% 찬성의견
100곳은 계열사와 내부거래도
공정위, 공정거래법 개편때 반영… 기업들 “또다른 규제로 압박” 곤혹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의 절반가량이 총수 2세가 지분을 가진 회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나 2세가 출자한 회사의 주식을 집중 보유하면서 100%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재계는 공정위가 공익법인 실태 조사를 계기로 ‘재벌개혁’ 기조를 강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에 소속된 공익재단 중 상속증여세법상 공익재단인 165개 법인(5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해온 공익법인 실태 조사 결과를 1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 보유 165개 공익법인 중 66개가 119개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 계열사 중 47개 회사의 지분은 총수 2세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가진 주식은 주로 총수 2세 출자회사 등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에 집중됐지만 수익에 기여한 비중은 1.06%에 불과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A기업의 총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B공익법인은 총수 일가가 매각한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총수가 경영권 분쟁에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해줬다. 또 C기업의 총수는 2014년 2월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되자 본인의 계열사 지분 일부를 공익법인에 출연해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을 유지했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내부거래에도 이용됐다. 대기업 공익법인 165개 중 100개는 계열사나 총수 일가와 상품용역, 부동산, 주식, 자금 등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 공익법인이 학술지원이나 자선사업 등 고유 목적을 위해 벌어들였거나 지출한 비중은 다른 공익재단의 절반에 그쳤다.

대기업들은 공정위의 공익법인 실태 분석 결과가 기업 압박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은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별도로 관리 감독하는 명확한 부처가 없었던 만큼 사실상 처음 진행된 이번 실태 조사가 본격적인 규제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특히 공익법인들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투자 수익성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주식을 투자 수익 목적으로 사들였지만 주식 수익성이 좋지 않으니 지배구조 유지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이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마련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규제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는 6일 기업집단법제 분과위원회 공개 토론회를 갖는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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